백년을 살아보니 사랑이 있는 고생이 나에겐 행복이었단다 얘야.
당직실 캐비닛에 오래전부터 놓여있던 '백 년을 살아보니' 책을 펼쳐 들었다. 부모님과 장모님께 추천을 드릴만한 책인지 궁금했고, 오래전에 보고 싶어 사둔 책들을 하나둘씩 읽기 시작하던 중이었다. 그렇게 2017년 군대생활을 할 때 읽게 된 책이었고, 오늘 블로그에 글을 써보기 위해 다시 책장을 펼쳤다. 책에서 받았던 좋은 영향을 다시 한번 꺼내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생겼다. 내가 상상하기도 어려운 긴 세월을 살아낸 철학자, 존경받는 교수님이자 옆 집 할아버지 같은 작가의 글에는 편안하면서도 무게가 실려 있었다.
삶의 끄트머리에서 일생을 되돌아보며 쓴 행복, 가정, 사랑, 일, 교육 등에 대한 이야기.
여정을 마무리하는 지점에 서서 써내려간 그의 문장들이 하나하나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책은 행복론으로 시작한다.
" 똑같은 행복은 없다 "
철학과의 명예교수이셨던 작가의 이력 때문인지, 저 짧은 한 문장이 시작부터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행복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더 쉽고 편한 목소리로 독자에게 들려주려 노력한다.
이 책을 통해 그가 가장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가 사랑이 있는 고생이 가장 값진 행복한 인생이라는 것을 여러 번에 걸쳐 이야기 한다.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90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고 이야기 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의 헌신, 제자들에 대한 가르침을 위한 고생, 의사의 환자에 대한 사랑. 작가는 순탄치 않고 고생스러운 삶의 여정이었지만, 사랑이 있었기에 누구보다도 행복했다고 말한다.
나는 어떤 사랑이 있는 고생을 했을까? 아이를 키우며 겪는 고생, 그리고 일터에서 환자들을 볼 때 고생을 하는 것. 이 2가지가 먼저 떠올랐다. 물론 그렇게 하지 못할 때가 더 많지만 내 마음을 담아 고생을 할 때에는 몸도 마음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더 힘이 나던 순간들이 기억난다. 그가 말하는 고생이 이런 것들이겠구나 싶다.
사랑이 있는 고생.
책 전체를 꿰뚫고 있는 김형석 박사의 인생에 대한 절절한 조언이다.
100세 노인이 되어 돌아보는 내 삶은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없이 따뜻한 사랑을 주었던 사람.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따뜻했고, 자기 분야에서는 실력을 갖추었던 의사 선생님.
더 갖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가진 것을 주변과 나누고자 했던 사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던 사람.
볼 끝에 스치는 바람부터 모든 사소한 것들을 느끼고 즐기며 소박한 행복과 성취를 사랑했던 사람.
그리고 나도 내 가족, 내 환자와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늘 사랑이 있는 고생을 하였던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건강과 재테크 그리고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리뷰]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 Mindfulness (0) | 2022.09.08 |
---|---|
소아 열성경련에 대하여 (Feat. 코로나) (0) | 2022.09.07 |
[책 리뷰] 월든 - 삶을 위한 아름다운 지침서 (0) | 2022.08.31 |
[책 리뷰]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0) | 2022.08.18 |
코로나 재감염에 대하여 (0) | 2022.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