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코로나 환자들을 진료하는 호흡기내과 의사의 가정에도 코로나-19 감염은 예외가 없습니다. 무척이나 조심해서 지내왔음에도 어쩔 수가 없네요. 며칠 전, 아이의 열이 41도까지 오르면서 열성 경련을 했습니다. 아이의 눈이 뒤집어졌고, 손발이 강직되고 덜덜 떨렸고, 입은 꿈틀거렸고, 의식이 잠깐 떨어졌습니다. 의료인이기에 어린아이의 열성 경련이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 것임을 알았지만,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무너져 내리더군요. 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부모라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하는 마음에 이 주제로 글을 써보려 합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열은 반복되지만 잘 회복하여 놀고 있고,
저희는 지인이신 소아과 원장님의 자문을 받고 병원에 가지 않고 그날 밤을 잘 보냈습니다.
무섭지만 알고나면 그렇게 공포스럽지만은 않은 열성 경련.
그 정보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1. 열성경련(febrile seizure)이란?
열성 경련은 아이의 발열로 인해 유발되는 경련(convulsion)을 이야기합니다. 주로 감염으로부터 발생합니다. 보통 감염이 있는 경우에 발열이 동반되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이겠지요.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열성 경련은 단순 열성 경련(simple febrile seizure)입니다. 이는 15분 이내에 끝이 나고, 24시간 이내에 재발하지 않는 전신성 경련의 한 형태입니다. 한 번 열성 경련을 경험한 아이들은 어린 시절에 약 1/3 정도에서 다시 열성 경련을 경험할 수는 있지만, 대개 5세가 넘어가면서 없어지게 됩니다.
다만, 열성 경련이 한쪽 팔다리에 치우친 일측성이거나, 15분 이상 이어지거나, 24시간 이내에 여러 차례 일어나는 경우 등은 복합 열성 경련(complex febrile seizure) 을 고려해야 합니다. 단순 열성 경련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은데요. 이 경우, 열성 경련의 재발이나 추가적 무열성 경련(afebrile seizure) 가능성도 높이는 것으로 되어있어 전문가의 진료를 요합니다.
2. 열성 경련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 38도 이상 발열과 동반된 경련
- 연령 : 6개월 ~ 만 5세
- 중추신경계 감염 혹은 염증이 없어야 함
- 다른 급성의 전신 대사성 이상이 없어야 함
- 이전에 무열성 경련(afebrile seizure), 열이 없이 경련을 한 적이 없어야 함.
적어도 위의 경우들을 만족해야 의사들은 환아의 경련을 열성 경련이라고 정의합니다.
아이는 양측성 긴장 간대 발작(Generalized tonic-clonic seizure)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간질발작(epileptic seizure)의 한 종류로, 손과 발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긴장 발작(tonic seizure)과 부들부들 떠는 간대발작(clonic seizure)이 함께 일어나는 상태입니다.
15분 이내라고 정의합니다만, 3-4분 이내로 끝나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단순 열성 경련을 한 아기는, 발작이 끝나고 조금의 수면을 취한 뒤 일상적인 모습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3. 열성 경련의 위험 요인은 무엇이 있나요?
열성 경련은 어린아이의 신경계의 취약성, 발열, 감염 그리고 유전적 소인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내는 결과입니다. 위험요인으로는 고열, 감염(특히 바이러스성 감염), 예방접종 후 발열, 열성경련의 가족력 등이 있습니다.
4. 열성 경련의 후유증 및 발달에 미치는 영향
소아기의 단순 열성 경련은 대부분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좋은 경과를 보입니다. 간질(epilepsy) 발병의 가능성을 아주 조금 올라갈 수도 있다는 보고되고 있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 판단됩니다.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것이 확인된 몇 가지 연구를 소개드리겠습니다.
1) 열성 경련을 앓았던 159명의 어린이들과 142명의 건강한 아이들을 비교한 한 연구에서, 열성경련 1개월 뒤와 1년 뒤 모두 지각 능력, 운동 능력, 적응 행동에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2) 또한 영국에서 시행된 한 연구에서 381명의 열성경련을 한 아이들을 만 10세에 다시 경과 관찰해보았더니, 학업 성취도의 면에서 열성경련을 하지 않았던 아이들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행인 것은 단순, 복합, 재발성 열성 경련 모두에서 열성경련을 하지 않은 아이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3) 마지막으로 덴마크의 18세-20세 사이 징집병 18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열성 경련과 인지 기능은 상관관계가 없었음을 보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열성 경련이 일어났던 아이가 뇌전증(epilepsy)이 발병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단순 열성 경련의 경우, 그 위험성이 일반 인구에 대비해 1-2%가량 경미하게 높아진다 하니 심각하게 걱정할 정도의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복합 열성 경련의 경우, 가족력이 있는 경우, 다른 발달 장애 과거력이 있는 경우 일반 인구에 대비해 5-10%가량 뇌전증 발생 위험성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5. 열성 경련 대처법 - 아이가 열성 경련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무서운 상황이지만, 무엇보다 침착하게 보호자가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야할 것들]
주변에 위험한 물건이 없는 편평한 곳에 눕힙니다.
아이의 고개를 옆으로 조심스럽게 돌려 입에 있는 음식물들이 기도를 막지 않도록 합니다.
몸을 조이는 옷을 풀러 주거나 벗겨줍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조심스럽게 지켜봅니다.
[해서는 안되는 것들]
아이의 팔다리를 꽉 붙들거나 펴주려해서는 안됩니다.
경련 중인 아이의 입에 억지로 약을 먹이면 안됩니다.
아이의 입에 손가락이나 숟가락을 물리는 것도 안됩니다.
인공호흡, 심폐소생술 등을 하지 않습니다.
6. 경련을 하는 아이를 들고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나요?
말씀드렸듯, 단순 열성경련은 15분 이내에 끝이 나고 그중에서도 5분 이내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호자들이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더라도, 의사가 아이의 경련을 볼 가능성은 적지요. 대부분 아이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쌔근쌔근 잠든 모습으로 응급실에 찾아오게 됩니다. 허겁지겁 경련 중인 아이를 데리고 달려 나가다가 사고가 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간단한 단순 열성 경련이라면, 가정에서의 첫 응급 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의 발열 원인이 명확하고 (코로나, 독감, 편도염 등) 5분 이내에 경련이 끝이 난다면, 또 24시간 이내에 재발하지 않는다면, 집에서 아이의 열을 잘 떨어뜨려 주면서 지켜보셔도 됩니다. 다만 경련이 모두 안정된 이후 소아과 전문의 선생님께 방문해 진찰을 받아보시는 것이 도움이 되겠습니다.
7.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경우
5분 이상 경련이 지속되면서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우
의식 회복 없이 경련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경우
6개월 미만인 경우
심각한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특히 중추신경계 감염 등)
호흡이 불안정해 보이는 경우
위와 같은 경우에는 필요하면 119의 도움을 받아 인근 응급실의 소아과 의사를 만나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열성 경련이 여러분들의 아이들에게는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이 아이들에게 고열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에, 알고 있으면 좋을 내용으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다른 바이러스성 발열 질환들을 너무 많이 앓게 되는 요즈음이니까요.
모두들 태풍 피해 없으셨기를,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라며 오늘 글을 마무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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