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재테크 그리고 책

독감 치료에 대하여 (Feat. 타미플루, 페라미플루)

이너피스11 2023. 1. 9. 13:31
반응형

안녕하세요. 업무와 육아 등을 핑계로 해오던 호흡기내과 관련 블로그 포스팅을 못한 지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습니다.

지금이라도 환자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그리고 정리를 하며 저 스스로에게도 remind 가 될 수 있는 글들을 다시 올려보려 합니다. 독감의 정의, 증상, 원인 등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글에서는 성인 환자들의 독감 치료에 대해 먼저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www.monews.co.kr


1. 독감 치료제 복용, 꼭 해야할까요?

CDC에 의하면 독감은 10만 명당 1.8명의 사망률을 보이는 질환입니다. 대부분 심한 감기의 형태로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고위험군 환자에서 또는 정상 면역 환자에서도 일부 합병증을 일으켜 중증 질환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두통, 발열, 인후통, 전신 근육통 등의 증상이 환자를 너무너무 힘들게 합니다. 환자로 느끼는 고통은 독감과 코로나는 별반 다를 바가 없지요. 더하면 더했지...

정상 면역의 건강한 성인이라면 보다 빠른 증상 완화를 위하여,
고위험군인 환자라면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 및 이로 인한 입원, 사망을 예방하기 위하여 치료를 권장합니다.

 

 

2. 독감 치료제의 원리

: Oseltamivir (상품명 : 타미플루 등), Peramivir (상품명 : 페라미플루 등), Zanamivir (상품명 : 리렌자) etc.



독감치료제는 주로 neuraminidase(NA) inhibitor, 즉 neuraminidase 라는 효소의 억제제로 작용합니다. 이 효소는 인플루엔자의 증식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치료제들은 이를 차단함으로써 초기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 효과를 나타냅니다. 약물이 바이러스 자체를 잡아서 파괴하고 사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요놈이 우리 몸에서 숫자를 늘리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지요.


3. 독감 치료제 투여 시기


일반적으로, 증상 발현 후 48시간 이내에 투약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하였던 초기 바이러스 증식을 차단하는 약제의 기전 때문에 말입니다. 대부분의 연구 결과들이 48시간 이내 복약의 효과에 대해 보고 하였고, 48시간 경과 이후에 그 효과는 미미하거나 없다고 보시는 것이 맞습니다. 시간이 경과한 후에는 이미 몸에서 바이러스들이 다 증식해 버렸는데, 그 증식을 차단하는 약을 쓰는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위험군의 경우 증상 발현 시기와 관계없이 치료제 투약이 입원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이 보고 되었기에, 발현시기와 무관하게 치료약제 투약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외래에 내원한 저위험군의 환자분이 "기침, 발열, 인후통이 시작된지 2-3일보다 더 지났어요."라고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타미플루와 같은 항바이러스제 복약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약제사용으로 인한 우려(부작용, 과민반응 등)가 치료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더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이 똑똑한 환자가 되어 "증상이 발현한 지 48시간이 지났으니 투약 하지 않고 경과관찰 하면 어떨까요?" 하고 의사선생님과 상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 독감 치료제를 안먹으면 큰일 나나요? (정상 성인의 경우)


독감 치료제를 먹지 않으면, 독감이 심해져서 큰일 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고위험군에 포함되지 않는 건강한 성인에서는 항바이러스제의 역할은 제한적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증식하는 것을 막습니다. 이로써 단지 증상의 기간을 줄여주는 것이지요. 즉, 조금 덜 힘들고 지나가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증상 발현 48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 약제를 투약 받았을 경우 약 24시간 정도 증상의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습니다.

항바이러스제를 먹지 않아도 (대부분) 독감은 우리의 면연체계에 의해 자연스럽게 치유됩니다. 하지만 약을 먹으면 덜 고생할 수 있습니다. 독감을 앓아보신 분들이라면 '덜 고생'이 얼마나 절실한지 아실겁니다. ^^


5. 독감 치료제의 부작용에 대하여


우리가 흔히 접하는 두가지 약제 부작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두 약제 모두 내약성이 비교적 좋은, 즉 환자가 복약하고 투여받기에 크게 힘들지 않은 약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1) Oseltamivir (타미플루) - 경구약, 보험 적용 O (75mg 기준, 약 16,000원)

주로 오심, 구토와 같은 소화기계 부작용이 보고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작용이 약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주로 어린 환자들에서 신경정신과적 부작용(자살, 이상행동 등)들이 보고된 바 있어, 소아환자가 복약할 때는 보호자의 주의와 관심을 요합니다.

 

2) Peramivir (페라미플루) - 주사약, 보험 적용 X (2vial 기준, 약 60,000-100,000만원)

설사가 흔하게 보고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으로 피부 부작용과 과민반응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SJS 및 Eryhthema multiforme 같은 약제 관련 중증 피부 부작용이 말입니다. 드문 부작용인 만큼, 저는 수년간 이러한 부작용을 경험한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환자에게 주사제를 처방할 때, 반드시 이에 대해 정보를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6. 페라미플루 주사치료, 타미플루보다 효과가 더 좋나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습니다. 주사제가 경구약에 비해 효과가 훨씬 우월하므로 비싼 금액을 주고서라도 맞아야 한다는 것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틀린 말입니다.

단 한 번의 정맥 투여로 치료가 끝나는 Peramivir(페라미플루)는 5일 간 복약해야하는 Oseltamivir(타미플루)에 비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환자에게나 의사에게나 말입니다. 개인적인 임상 경험으로는 페라미플루의 증상 완화 효과가 조금 더 빠르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결과들을 검토해 본 결과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페라미플루의 우월성을 뚜렷하게 입증해 준 대규모 연구 결과는 없었습니다. 두 약제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몇몇 큰 규모의 연구에서 밝혀낸 결론은 'Peramivir(페라미플루)가 Oseltamivir(타미플루)에 비해 열등하지 않다.' 정도로 확인됩니다.

 


조금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2011년 Antimicrobial Agents and Chemotherapy 논문에서 Peramivir, Oseltamivir 의 치료효과를 phase III RCT 를 통해 직접 비교하였는데요. 300mg peramivir, 600mg peramivir, oseltamivir 으로 치료받은 군에서 독감으로 인한 증상지속시간 중간값이 각각 78.0 시간 , 81.0 시간, 81.8 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 시간은 peramivir 에서 가장 짧았지만,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peramivir 가 oseltamivir 에 비해 열등하지 않음(noninferior)를 입증했습니다. 또한 부작용 발생 측면에서도, 흔히 처방되는 300mg 용량 peramivir 군에서 oseltamivir 군에 비해 부작용 발생이 낮은 것이 확인되었지요. (14% vs 20%) 그리고 2017년 국내 Yonsei medical journal 을 통해 보고된 systematic review, meta-analysis 소규모 연구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했는데요. 해열까지 걸리는 시간이 peramivir 군에서 oseltamivir 군에 비해 약 7-8시간 유의미하게 짧았다고 보고하였습니다. 규모가 작고 연구 방법에 한계가 있지만 관심이 가는 결과였습니다.



인후통, 구역, 구토 등의 증상이 심하거나, 전신증상이 심해 경구약 복약 자체가 어려운 환자는 주사 약제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제는 환자의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서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해서 치료제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7. 독감 합병증의 고위험군은 누구인가요?

아래의 환자들이 해당합니다. 2022년 9월 미국 질병관리청 (CDC) 배포한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1. 만 5세 미만 어린이 (특히 만 2세 미만)
2. 만 65세 이상 성인
3. 임산부 혹은 분만 후 2주 산욕기 여성
4. 요양원, 장기 요양시설 거주자
5. 다음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자
- 천식
- 신경계, 신경발달의 문제가 있는 경우
- 만성 호흡기질환
- 심장 질환
- 혈액 질환
- 내분비 질환
- 신장 질환
- 간 질환
- 대사 장애
- 면역 저하자(HIV, AIDS, 암) 혹은 면역 억제제 복약 환자(항암, 방사선 치료, 스테로이드 복약)
- 장기 아스피린 복약중인 19세 이하 소아
- BMI 40 이상의 고도 비만 환자



독감에 대해서도 다루어야 할 내용들이 방대해서 우선 치료제를 중심으로 알아보았습니다.

Influenza A 유행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감염도 마찬가지이고요.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인 것을 잘 아시지요?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주의하시고, 각자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셔서 유행 중인 호흡기 감염을 꼭 피해갈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다음에 또 좋은 내용으로 찾아오겠습니다. 독감 조심하세요 !



Reference)
1. Uptodate.com
2. Phase III Randomized, Double-Blind Study Comparing Single-Dose Intravenous Peramivir with Oral Oseltamivir in Patients with Seasonal Influenza Virus Infection. Antimicrobial Agents and Chemothrapy. Volume 55, Issue 11.
3. Comparison of Efficacy of Intravenous Peramivir and Oral Oseltamivir for the Treatment of Influenz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Yonsei Medical Journal 2017; 58(4): 778-785.

 

반응형